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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익근무요원이다. by Neologic

나는 공익근무요원이다. 농담삼아 나라의 녹을 받아사는 10급 공무원이라고도 한다. 아무래도 좋다. 복무지는 공기업. 업무는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간단히 행정보조. 매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생활. 민원전화를 받고- 다른 자잘한 업무들을 보조하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토요일, 주일은 쉬고- 국정공휴일에도 물론 쉰다. 한달에 20여일 가량 출근하고, 십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한시간 조금 넘는 시간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한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들여 집으로 돌아온다.

민원전화의 80%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그중 몇몇은 사무실로 찾아와 성화를 부리기도한다. 가끔 몸싸움 직전의 상황에까지 치닫기도 한다. 행정보조라는 업무도 알고보면 직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들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무 전가. 그래도 그들의 능력과 임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일들이 주어진다는 일을 알고, 그들의 고달픔을 알기에 기꺼이 돕는다. 하루 종일 일해도 못 끝낼 일 내가 함께 해서 근무시간안에 끝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만 일을 떠넘기고 놀고 있는 꼴은 못본다. 예전에 이런 식으로 나를 대했던 사람과 크게 부딛쳤던 적도 있었다. (얼마 후 그사람은 공익이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뭐 거기가 더 좋은 근무지이기는 하다.;;) 게다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이야기를 했고, 또 우리 공단의, 우리과의 직원들은 양심적이고 친근하기 때문에 지나친 업무 전가는 없다는게 적잖이 위안이 된다. 가끔- 외근이라도 있는 날은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온 몸이 물먹은 솜마냥 마구 늘어진다. 누군가는 비웃는다. 군대도 아닌데서 편한 생활 한다고. 촌스러운 녹색옷이 우습다고. 그까짓거 하면서 투덜거리지 말라고 한다. 복받은 줄 알라고 한다.

지금까지 1년이 조금 넘게 공익근무요원으로 살았다. 앞으로 1년 가까이 또 공익근무요원으로 살아야 한다. 나를 공익근무요원이라고 소개하면 일단 웃는다. 악의는 없다. 그냥 웃을 뿐이다. 어차피 세상 둥글둥글 사는거 괜히 파르륵 화를 내며 찬물 끼얹을 일 있겠는가. 나도 헛헛하게 같이 웃는다. 뭐가 그리 웃긴가? 공익이 현역보다 편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보여서? 공익은 죄다 병신, 쪼다들만 모아놓은 거 같아서? 공익이 군인보다 더 힘들다는 따위의 말은 해봤자 악플만 달릴 뿐일테니 조용히 있겠다. 또 굳이 그런 비교를 할 필요도 없다. 비교적 현역과 공익의 훈련도 차이가 적은 사단에서 훈련을 받았다 할지라도- 고작 4주 군대 입구에서 얼쩡거린 내가 그들의 생활을 어떻게 판단할수 있겠는가. 반대도 마찬가지 아닐까? 겪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는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한 두사람만의 문제가 아닐것이다. 한 두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공익근무요원이라면 먼저 우습게 보고 깔보는게 자연스러운 세태를 누구의 탓으로 돌리겠는가?

민원전화를 받다보면 한참 열을 올려 욕한 후에 "그런데, 너 공익이지? 공익이랑은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 직원이나 바꿔-"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공익이랑은 말할 필요도 없는데 욕은 왜하는지. 공익은 쓰레기같은 민원인들 욕이나 받아먹는 변기통이란 말인가? 욕먹을만큼 먹었으면 이제 그만 꺼지라는 말인가? 이런 사람들이 모르는 확실한 건- 민원을 접수하고, 분류해서 적절한 조치를 받을수 있도록 하는 건, 내 고유 업무라는 사실이다. 일단 민원을 듣고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업무의 담당자는 바로 난데- 바로 공익근무요원인데- 담당자를 두고 다른 직원을 바꾸라니. 같은 상황의 민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사람들은 절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할수록 돌아오는 건 그들같은 사람을 수도없이 겪어본 노련한 공익근무요원의 친절함의 탈을 쓴 비아냥과 그로 인한 울화뿐이라는 걸 왜 모르는지. 그렇게 욕 안해도 공익 스스로의 권한에서 처리가능한 일은 처리해주고, 권한을 벗어나는 일은 담당자에게 알아서 잘 연결해준다. 필요한건 약간의 참을성과 상대에 대한 예절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그 업무의 처리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조심스럽고 예절바른 민원인의 민원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들여서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처리를 한다. 그게 내 몸이 조금 피곤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라도 말이다. 수화기를 들기 무섭게 욕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뭐 열심히 들을 필요도 없고 할 말도 없다. 관련법규와 조례, 판례 등을 꼼꼼히 따져 절대로 그 사람 뜻대로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한다. 휴- 이러려고 한게 아닌데 민원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 흥분했다.

요컨대 '나는 공익근무요원이다'. 사람들이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초록의 '공익근무요원'이다. 앞으로 약 1년 가까이 복무를 해야 '소집해제'되는 공익 근무요원인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공익에 대한 사회의 냉소다.

덧글

  • 기쁨이 2005/10/12 16:02 # 삭제 답글

    축복해요^ㅡ^*
  • Neologic 2005/10/13 16:33 # 답글

    감사해요~^^~
  • ☆팅커벨∼♬ 2005/10/22 11:35 # 답글


    힘내세요. 항상 ...주님안에서 행복하세요...^^*
  • Neologic 2005/10/25 09:24 # 답글

    ^-^b
  • 2015/07/25 21:29 # 삭제 답글

    공익은 나라 좀먹는 세력이고, 앞장서 나라지키는 현역들을 비냥하는세력이다. 그러니 조용히 살길 추천한다.
    나도 공익을 무척 싫어한다. 나약하고 한없이 나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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